2016년 8월 31일 수요일

내 삶의 모든 것이 느려진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갈 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고 느낀다고들 한다. 그러한 느낌은 나 역시 그러한데, 이는 거꾸로 내 삶의 모든 것이 점점 더디게 진행되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프로젝트가 하나씩 끝날 때마다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곤 한다. 그리고 원래의 내 모습을 되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본래 추구하고자 했던 많은 것들의 기억을 되살리는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에서 내가 취해야 했던 많은 선택들은 (결국 그것들 또한 나의 일부임에도) 내가 내가 아닌 것만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그리고 그런 선택들이 쌓여갈 수록 프로젝트의 막바지에는 나도 모르게 자신을 어딘가로 밀어부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건강한 신체에는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한다. '건강한' 이란 정의에는 여러가지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집중력이라는 것만 놓고보면 건강한 신체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내가 내 모습을 잃어버리곤 하는 가장 큰 원인은 피폐해져버린 신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급박한 프로젝트 내에서 생존의 방어기제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탓? 이라고 하면 정확할 것 같다.

하고 싶은 것들과, 해야만 하는 것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역시 건강함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싶지만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살짝 틀어서 생각해보면 결국 해야만 하는 것들이 남는데 균형을 찾는다는게 결국 이 해야만 하는 것을 얼마나 제대로, 많이 할 수 있는가를 조정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급히 늙어가는 신체를 보며 약간은 조바심을 느낀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고, 주어진 시간은 정해져있는데 시간이 가지는 가치의 인플레이션은 좋지 않다. 매우.

좀 더 건강해져야될 시간이다. 건강에 대해 주저말고 투자해야될 때이다.

2016년 6월 23일 목요일

이틀간의 휴가

마누라가 아이들을 데리고 처가에 2박3일 다녀왔다. 난 그 이틀동안 술독에 빠져살았다고 하는게 적당할 것 같다. 근데 이게 진짜로 여유롭다는게... 그렇게 늦잠자고 심지어 집청소에 빨래까지 했는데도 시간이 남는다. 뭔가 이 시간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그래, 오늘만큼은 돈위에서 해엄친 기분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여튼, 그렇게 뭔가 알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나니, 내 스스로가 좀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하루에 5시간도 못자고, 12시간씩 일하고, 수면제 삼아 맥주 두캔 마시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참 기계적인 삶... 앞날도 까마득한게 하루하루 일로 불안감을 애써 지우며 살았던거 같다.